리들리 스콧 감독의 영화 프로메테우스는 인류의 기원을 외계 생명체와 연결하는 충격적인 설정으로 많은 화제를 모았습니다. 외계 종족 ‘엔지니어’가 인간을 설계하고, 또 다른 생명체를 창조하거나 파괴할 수 있는 과학을 가졌다는 세계관은 매혹적이면서도 과학적인 의문을 던집니다. 그렇다면, 영화 속에서 묘사된 생명 탄생과 외계 지성체 존재는 현실의 우주생물학과 얼마나 닮아 있을까요? 이 글에서는 영화 프로메테우스와 실제 우주생물학이 다루는 개념들을 비교해보고, 과학적 가능성과 오해를 짚어보겠습니다.
외계 생명체 존재, 영화는 상상력, 현실은 탐색 중
프로메테우스는 인간과 유사한 고등 외계 생명체 ‘엔지니어’가 우주 어딘가에 존재하며, 심지어 인류를 직접 설계했다는 과감한 설정으로 시작됩니다. 이는 인간의 기원을 다루는 수많은 고대 신화와 닮아 있으며, 과학적 상상력을 자극하는 서사입니다. 그러나 현실의 우주생물학은 훨씬 더 신중하고 제한된 틀에서 외계 생명 가능성을 탐구합니다. NASA, ESA, JAXA 등 주요 우주 기관들은 생명체가 존재할 수 있는 조건을 ‘물, 에너지, 유기분자’ 세 가지로 요약하고, 해당 조건이 존재하는 천체를 탐사하고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화성, 유로파(목성의 위성), 엔셀라두스(토성의 위성) 등이 연구 대상입니다. 현재까지는 외계 생명체의 직접적 증거는 없지만, 2020년대 들어 혜성, 소행성, 운석 등에서 아미노산, 탄화수소, 물의 흔적이 다수 발견되면서 생명의 ‘재료’가 우주에 널리 퍼져 있음을 확인했습니다. 다만 영화처럼 진화한 지성체가 지구 밖에 존재한다는 증거는 아직 없습니다.
생명 설계와 생성, 영화의 극적 상상 vs 현실의 실험실
프로메테우스의 주요 테마 중 하나는 생명 창조입니다. 영화 초반, 엔지니어가 검은 액체를 마시고 해체되면서 DNA가 퍼져 생명을 생성하는 장면은 과학적 호기심과 미스터리를 자극합니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생명 창조에 가까운 시도가 단세포 생물 수준에서만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합성생물학(Synthetic Biology)과 CRISPR 유전자 편집 기술의 발전으로 인해 일부 박테리아는 실험실에서 유전체를 조합해 만들어진 인공 세포로 재현된 바 있습니다. 예를 들어, 크레이그 벤터 연구소는 2010년대에 완전히 합성된 유전체를 세포에 주입해 자가 복제 가능한 세포를 만들어내며 생명공학계를 놀라게 했습니다. 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단세포 미생물 수준이며, 영화처럼 고등 유기체를 ‘설계’하거나 진화 없이 창조하는 일은 현재 과학 수준으로는 불가능합니다. 또한 영화에 등장하는 검은 액체는 DNA를 변형하거나 새로운 생명체를 생성하는 매개체로 묘사되지만, 현실의 생명공학은 훨씬 더 복잡하고 정밀한 메커니즘을 기반으로 하며, 단순한 물질 하나로 생명이 생겨나지는 않습니다.
우주생물학의 과제와 영화가 남긴 오해
영화 프로메테우스는 장대한 스케일의 상상력을 제공하지만, 우주생물학을 바라보는 대중의 인식에 오해를 줄 수 있는 부분도 있습니다. 첫째, 영화는 외계 생명체가 지구와 매우 유사한 형태를 하고 있으며, 인간과 DNA 구조가 거의 동일하다는 설정을 택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외계 생명체가 존재한다 해도, 지구 생명체와 생화학적 구조가 완전히 다를 수 있으며, 탄소가 아닌 다른 원소 기반의 생명체도 이론적으로는 가능하다고 보고 있습니다. 둘째, 영화는 생명 탄생을 하나의 ‘사건’으로 묘사합니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생명의 기원을 ‘점진적 진화’로 설명하며, 무수한 돌연변이와 자연선택이 축적된 결과로 간주합니다. 생명은 어느 날 갑자기 완성형으로 나타나는 것이 아니라, 수십억 년에 걸친 복잡한 과정을 통해 형성된다는 점에서 영화의 연출은 단순화되어 있습니다. 셋째, 영화는 외계 문명이 인류보다 훨씬 더 진보된 과학기술과 윤리적 판단을 갖고 있을 것이라는 암묵적 가정을 담고 있습니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과학이 발전할수록 그에 수반되는 윤리적, 철학적 문제 또한 함께 고려해야 하며, 이는 인류가 마주할 다음 도전이 될 것입니다.
프로메테우스는 인류 기원, 외계 생명, 생명 설계라는 철학적 주제를 화려한 영상과 함께 제시하며 SF영화의 깊이를 더했습니다. 그러나 현실의 우주생물학은 훨씬 더 신중하고, 검증 가능한 자료와 절차를 기반으로 한 과학입니다. 우리는 아직 외계 생명체를 발견하지 못했으며, 생명 창조 역시 단세포 수준에 머물러 있습니다. 하지만 그만큼 미지의 영역이 많다는 뜻이기도 하죠. 영화를 통해 상상력을 확장하고, 과학을 통해 진실에 다가가는 여정은 이제 막 시작되었을지도 모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