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마션(The Martian)은 화성에 홀로 남겨진 한 우주비행사의 생존기를 과학적 사실에 기초해 풀어낸 작품으로, 개봉 이후 과학계와 대중 모두에게 큰 반향을 일으켰습니다. 주인공 마크 와트니가 화성에서 살아남기 위해 감자 재배, 수분 확보, 산소 생산 등 다양한 생존 전략을 실행하는 과정은 실제 과학 기술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습니다. 이 글에서는 영화 속 생존 방식이 얼마나 현실적인지, NASA가 현재 개발 중인 화성 생존 기술과는 어떤 차이가 있는지를 비교 분석합니다.
감자 재배, 가능한가?
영화에서 가장 상징적인 장면 중 하나는 주인공이 화성에서 감자를 재배하는 장면입니다. 실제로 식물 재배는 장기 우주 탐사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로 간주되며, NASA와 여러 우주 기관은 이를 위한 다양한 실험을 진행 중입니다. 먼저 화성 토양 자체는 매우 건조하고 산화철 성분이 많으며, 페르클로레이트(perchlorate)라는 유독 물질이 포함되어 있어 식물 재배에 적합하지 않습니다. 영화에서는 이를 걸러내고, 지구에서 가져온 토양 미생물과 인분을 섞어 토양을 개량한 것으로 묘사되어 있습니다. 이론적으로 가능하지만, 실제 화성 환경에서는 고도의 기술과 정화 과정이 필요합니다. 한편 NASA는 ISS(국제우주정거장)에서 식물 재배 실험을 통해 미세 중력 환경에서도 식물이 생장할 수 있음을 입증했으며, 2015년 이후 ‘Veggie 프로젝트’를 통해 상추, 무, 밀, 감자 등의 우주 재배를 시험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영화 속 감자 재배는 과학적 이론에 기초한 설정이며, 실제 우주 생명 유지 시스템(LSS) 개발의 방향성과도 일치합니다. 다만 화성의 온도, 방사선, 수분 부족 등을 극복하기 위한 시설과 기술은 더 복잡하고 정밀해야 한다는 점에서 영화는 다소 단순화된 연출을 취하고 있습니다.
산소, 물, 에너지 확보 방법의 현실성
화성에서 생존하기 위해 가장 필수적인 자원은 산소, 물, 그리고 전력입니다. 영화 속에서는 수소를 이용해 물을 만들고, 산소 분리기를 통해 호흡용 산소를 얻는 장면이 등장합니다. 이 역시 과학적으로 가능한 기술에 기반한 설정입니다.
현재 NASA는 ‘MOXIE(Mars Oxygen In-Situ Resource Utilization Experiment)’라는 장비를 통해 화성 대기 중 96%를 차지하는 이산화탄소에서 산소를 추출하는 기술을 테스트하고 있으며, 2021년 퍼서비어런스 로버에 실제로 탑재되어 시연에 성공한 바 있습니다. 물의 경우, 영화에서는 연료에서 수소를 추출하고 이를 산소와 반응시켜 물을 만드는 화학 반응을 사용합니다. 실제로도 우주 임무에서는 수분 재활용 시스템이 작동 중이며, 화성 극지방의 얼음이나 지하 수분층이 주요 물 공급원이 될 수 있습니다. 에너지 부분에서는 태양광 패널을 활용하는 장면이 주를 이루며, 이는 실제 화성 탐사에서 주된 전력 공급 방식으로 사용되고 있습니다. 단, 화성은 태양에서 지구보다 멀기 때문에 태양광 효율이 낮고, 먼지 폭풍으로 인해 발전량이 급감할 수 있습니다. 결과적으로 영화 속 자원 확보 방식은 과학적으로 가능한 수준에 있으며, NASA와 유럽우주국(ESA)도 자원 현지 활용(ISRU)을 장기 탐사의 핵심으로 보고 연구 중입니다.
구조 전략과 미션 복귀 가능성
마션의 클라이맥스는 NASA와 국제 우주팀이 협력하여 마크 와트니를 구조하는 장면입니다. 여기에는 연료 부족, 궤도 역학 계산, 추진력 부족을 극복하기 위한 다양한 아이디어가 제시됩니다. 이 장면은 허구적인 요소가 많지만, 실제 화성 탐사에서는 유사한 기술과 시나리오가 준비 중입니다. NASA는 2030년대에 인간을 화성에 보내는 '아르테미스 후속 프로그램'을 기획 중이며, 그 중심에는 ‘복귀 가능성’이 핵심으로 자리합니다. 실제로 화성에서 이륙하여 지구로 돌아오는 것은 엄청난 연료와 정밀한 궤도 계산이 필요한 작업입니다. 영화 속에서는 마크가 로켓 상단의 무게를 제거하고, 타포린을 활용해 공기 저항을 줄이는 설정이 등장하는데, 이는 과장되었지만 ‘최소한의 재료로 최대의 추진력을 얻는다’는 원리에 기반합니다. 또한 미션 팀이 마크를 구조하기 위해 궤도를 수정하고, 지구에서 원격 명령을 보내는 과정은 실제 NASA의 미션 계획과도 유사합니다. 통신 지연, 연료 최적화, 중력 보조 슬링샷 등은 이미 화성 로봇 탐사에서 활용된 기술입니다. 종합하면, 영화의 구조 시나리오는 현실적으로 실행되기에는 어려운 점이 있으나, 기초 개념 자체는 NASA의 유인 화성 탐사 계획과 궤를 같이하며, 우주 과학과 공학의 복합적인 사고를 잘 보여주는 사례라 할 수 있습니다.
마션은 단순한 SF 영화가 아닌, 과학적으로 설계된 ‘현실 가능한 우주 생존 시뮬레이션’에 가까운 작품입니다. 감자 재배, 산소 생성, 구조 미션 등은 모두 실제 우주 과학 기술과 연결되며, 대중에게 화성 탐사의 복잡성과 가능성을 효과적으로 전달합니다. 영화를 감상한 후, 우리는 "실제로 이런 일이 가능할까?"라는 질문을 넘어, "어떻게 가능하게 만들 수 있을까?"라는 과학적 상상력을 펼쳐볼 수 있습니다.